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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껍질(bark)이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

디스투 2025. 8. 19. 21:28

대기 중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식물의 잎입니다. 잎 표면의 왁스층, 기공 구조, 미세한 털 등이 입자를 포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다른 기관, 특히 줄기를 감싸는 껍질(bark) 또한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습니다. 껍질은 넓은 표면적과 다양한 질감을 지니며, 수십 년 이상 환경과 접촉하는 장기적인 필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 주제는 잎뿐 아니라 껍질을 포함한 전체 식물 기관이 미세먼지 저감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나무 껍질이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

 

 

나무 껍질의 구조적 특성과 미세먼지 포획

나무 껍질은 크게 외부의 피층(periderm)과 내부의 목부(xylem)로 구분됩니다. 피층은 코르크 세포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벽에 수베린(suberin)이라는 왁스성 물질이 축적되어 강한 내구성과 소수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소수성 표면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 입자가 부착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껍질이 매끄럽지 않고 갈라진 수종은 요철과 틈새가 많아 입자가 물리적으로 끼어들어 고정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참나무류나 소나무류와 같이 거친 껍질을 가진 수종은 입자의 포획 효율이 높습니다. 반면, 단풍나무와 같이 표면이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수종은 장기간 축적량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즉, 나무 껍질의 형태학적 다양성이 곧 미세먼지 포획 능력의 차이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물리적·화학적 흡착 메커니즘

나무 껍질이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과정은 크게 물리적 포획화학적 결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리적 포획은 껍질의 갈라짐, 주름, 돌기 구조가 먼지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마치 천연의 거친 필터와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반면 화학적 결합은 껍질 표면의 수베린, 리그닌, 페놀성 화합물 등과 미세먼지 성분이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금속성 입자는 껍질의 음전하를 띤 성분과 결합하여 표면에 고정될 수 있으며, 황산염이나 질산염과 같은 무기염 입자는 수분을 매개로 흡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메커니즘은 나무 껍질이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연구 사례와 실험 결과

국내 연구 중 일부는 도심 가로수 껍질에서 미세먼지 입자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껍질에서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납(Pb), 아연(Zn), 구리(Cu) 등의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되었습니다. 이는 껍질이 단순히 먼지를 물리적으로 붙잡는 수준을 넘어, 중금속성 미세먼지를 장기간 축적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유럽에서 수행된 비교 연구에서는 껍질이 두껍고 거친 참나무류의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매끄러운 단풍나무류보다 약 1.7배 많은 미세먼지를 축적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껍질의 표면 구조와 화학적 성분이 실제 대기질 개선 효과를 좌우함을 입증합니다.

 

📊 수종별 나무 껍질 특성과 미세먼지 포획 효율 비교

 

수종 껍질 표면 특징 물리적 포획 효율 화학적 흡착 특성 미세먼지 누적량(상대치)
참나무류 (Oak) 거칠고 깊은 갈라짐 높음 페놀·리그닌 풍부 ★★★★★
소나무류 (Pine) 비늘 모양, 수지 포함 중간 수지 성분에 의한 점착 ★★★★☆
플라타너스 (Plane tree) 매끈하지만 두꺼운 껍질 보통 무기 이온 흡착 가능 ★★★☆☆
단풍나무류 (Maple) 비교적 매끄러운 표면 낮음 화학적 결합 낮음 ★★☆☆☆
밤나무 (Chestnut) 코르크질이 두꺼움 높음 중금속 흡착력 강함 ★★★★★

※ 위 표는 학술 보고 사례와 실제 조경 관찰 결과를 종합하여 재구성한 참고용 자료입니다.

 

 

 

응용 가능성과 도시 환경 설계

나무 껍질의 미세먼지 포획 능력은 도시 녹지 설계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잎이 주로 봄·여름에만 존재하는 낙엽수와 달리, 껍질은 계절과 무관하게 항상 존재하며,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대기 오염물질을 흡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로변이나 산업단지 주변에는 껍질이 두껍고 거친 수종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껍질에 축적된 미세먼지를 분석하면, 특정 지역의 대기 오염 이력을 기록하는 ‘자연 모니터링 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나무 껍질은 대기질 개선뿐 아니라, 환경 변화 기록 매체로서도 과학적 가치를 지닙니다.

 

 

입자 크기별 흡착 차이와 환경 요인의 영향

나무 껍질이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과정은 입자의 크기와 성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PM10과 같은 큰 입자는 껍질의 요철이나 틈새에 기계적으로 끼어들어 고정됩니다. 반면,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단순한 물리적 요철보다는 껍질 표면의 화학적 성분과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베린이나 리그닌 같은 소수성 물질은 탄소 기반 입자를 흡착하는 데 효과적이며, 페놀류는 금속성 입자와 결합하여 안정적으로 포획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나무라 하더라도 큰 입자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흡착 효율은 상이하게 나타납니다.

기후 조건 또한 껍질의 흡착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껍질 표면이 수분막을 형성하여 이온성 입자가 쉽게 부착되며, 반대로 건조한 계절에는 먼지가 표면에서 다시 비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낙엽수의 잎이 사라져 공중 필터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에, 껍질의 상대적 기여도가 더욱 커집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도 중요하여, 강풍 지역의 나무 껍질은 먼지를 더 많이 축적하지만 동시에 탈락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단순히 껍질 표면에서 먼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나무 껍질을 통한 미세먼지 장기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십 년 된 나무 껍질을 층별로 분석하면 과거 대기 오염의 시간적 변화를 기록한 “생물학적 연대기록(archive)”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껍질을 활용한 자연 기반 공기 정화 필터 개발도 가능합니다. 껍질의 거친 표면과 화학 성분을 모사한 바이오 소재는 인공 공기청정기의 필터로 응용될 수 있으며, 이는 친환경 대기 관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닙니다.

 

 

 

결론 – 간과된 필터의 재발견

그동안 식물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잎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무 껍질은 계절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장기적 대기질 필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껍질의 물리적 구조와 화학적 성분은 미세먼지를 포획하고 저장하며, 이는 대기 오염의 저감뿐 아니라 환경 연구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도시 조경과 환경 정책에서 나무 껍질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보다 정밀하고 지속 가능한 대기질 관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