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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수종 변경이 미세먼지 농도 변화에 미치는 실제 사례

디스투 2025. 8. 15. 20:37

도시의 가로수는 단순한 경관 장식이 아니다. 잎과 줄기, 뿌리는 미세먼지를 흡착·차단·침강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 효과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관·관리 비용·병해충 문제로 가로수 수종을 대규모로 변경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러한 변화가 미세먼지 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나무의 높이, 잎의 표면 구조, 잎의 지속성(상록·낙엽 여부), 가지의 밀도와 배치가 모두 대기 중 부유 입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도시 미관과 그늘 제공이 우선이었던 가로수 정책은 이제 ‘대기질 개선’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포함하게 되었고, 이는 과학적 분석과 현장 데이터를 통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가로수 수종 변경이 미세먼지 농도 변화에 미치는 사례

 

 

실제 사례 – 서울과 부산의 수종 교체 프로젝트

서울의 일부 도로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를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플라타너스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도시 환경에 강하지만, 잎 표면이 비교적 매끄러워 미세먼지 부착률이 낮고, 가을철 대량의 털 같은 씨앗이 날려 알레르기 유발 논란이 있었다. 교체 후 3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인근 대기 측정소의 PM10 평균 농도가 같은 기간 인근 유사 도로보다 약 8% 낮게 나타났다. 이는 느티나무의 넓고 거친 잎 표면과 가지 밀도가 바람을 감속시키고 입자 침강을 유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의 한 항만 인근 도로에서는 가로수를 키 작은 관목형에서 상록수인 곰솔로 바꿨는데, 이 지역은 연중 미세먼지 발생이 높은 특수 환경이었다. 상록수 교체 후 겨울철 PM2.5 농도가 약 6% 감소했으며, 이는 낙엽 없이 연중 잎을 유지해 먼지를 지속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이 두 사례 모두,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나무를 심느냐’가 대기질 변화에 실질적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적 분석 – 수종과 미세먼지 상호작용의 원리

가로수 수종 변경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나무의 물리·화학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첫째, 잎 표면 거칠기가 중요한데, 거칠수록 미세 입자가 잘 붙는다. 둘째, 잎 면적 지수(LAI)가 높을수록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입자 포획이 가능하다. 셋째, 상록성은 계절적 공백 없이 연중 필터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여기에 나무의 배치 구조도 큰 변수다. 가지가 빽빽하면 바람의 속도가 줄어 먼지가 잎과 줄기에 부딪힐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가지 간격이 지나치게 넓으면 먼지가 그대로 통과한다.
흥미롭게도 일부 연구에서는 ‘적당한 통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조밀하면 차량 배출가스가 가로수 하부에 갇혀 오히려 대기질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종 선택뿐 아니라 수형 관리, 가지치기 방식, 가로수 폭과 도로 폭의 비율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가로수 정책이 단순 조경사업이 아니라 환경공학 프로젝트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책적 시사점 – 단순 교체를 넘어선 전략 필요

실제 사례들은 수종 변경이 미세먼지 저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정책 차원에서는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단기적인 대기질 변화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최소 3~5년 이상의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나무가 어린 시기에는 잎 면적과 가지 밀도가 낮아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해충 저항성, 뿌리 성장 패턴, 지역 기후 적응성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대기오염 특성과 바람길 분석을 기반으로, ‘맞춤형 가로수 조합’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 인근은 상록수와 침엽수 비중을 높이고, 교통량 많은 도심 도로는 광엽수와 다층 식생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IoT 센서를 활용해 가로수의 미세먼지 포획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기적인 가지치기·수종 보강을 실시한다면, 가로수는 도시의 경관 요소를 넘어 ‘대기질 관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해외 사례와 계절·환경 요인의 복합 영향

가로수 수종 변경과 미세먼지 농도 변화의 상관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연구 주제다. 특히 유럽의 대기질 관리 선진 도시들은 가로수의 종류와 배치가 장기적인 대기질 개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는 교통량이 많은 도심 도로의 가로수를 기존의 포플러에서 상록 침엽수와 넓은 잎을 가진 너도밤나무로 교체했다. 그 결과, 5년간의 평균 PM10 농도가 약 12% 감소했으며, 특히 겨울철 난방 연료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에도 대기질 개선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록수의 연중 필터 효과와 낙엽수의 여름철 고효율 포획 기능이 결합된 결과였다.

한편, 계절적 변화는 가로수의 미세먼지 저감 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 낙엽수 중심의 가로수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기능이 크게 감소한다. 반대로 상록수는 겨울에도 기능을 유지하지만, 여름철에는 광합성량과 잎 표면 온도가 높아져 표면의 수분 유지가 떨어지면서 먼지 부착 효율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계절별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특성과 농도를 분석해, 각 시기별 최적 수종을 배치하는 ‘계절 대응형 가로수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환경 요인에 따라 수종 변경 효과가 달라진다. 해안도시에서는 바닷바람에 포함된 염분이 잎 표면을 코팅해 먼지 흡착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염분에 강하고 표면 왁스층이 두꺼운 종을 선택해야 한다. 반면, 내륙의 산업단지 주변은 중금속과 황산염 입자가 많아 이를 화학적으로 흡착할 수 있는 종이 유리하다. 예컨대, 일본의 일부 공업도시에서는 잎 표면의 왁스 성분이 금속성 미세먼지와 강하게 결합하는 동백나무류를 산업도로 가로수로 활용해, 특정 금속 입자의 농도를 7%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가로수 수종 변경은 단순히 ‘좋은 나무로 바꾸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일차원적 해법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계절·오염물질 성분을 고려한 정밀 설계 과정이 필요하다. 도시마다 공기 오염의 양상과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데이터 분석과 장기 관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해질 때, 수종 변경은 단발성 조경 사업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대기질 관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계절·환경 요인별 최적 가로수 추천표

환경/계절 조건 추천 수종 잎 표면 구조 현미경 이미지 예시 설명 미세먼지 저감 성능 (연구 수치) 주요 장점
봄~가을 (내륙 일반 도심) 느티나무, 회화나무, 플라타너스 대체종 불규칙한 요철 + 미세 털 분포, 기공 주변 돌기 발달 PM10 약 912% 감소, PM2.5 약 68% 감소 바람 감속, 표면 넓이 극대화로 효율적 포획
겨울 (내륙 한랭 지역) 곰솔, 전나무, 측백나무 바늘형 잎 + 두꺼운 큐티클 왁스층 PM10 약 710% 감소(겨울 지속), PM2.5 약 57% 감소 낙엽 없음, 연중 지속 필터 역할
해안도시 해송, 동백나무, 후박나무 표면 왁스층 두꺼움, 염분에 강한 세포벽 구조 금속성 입자 6~9% 감소, 염분 오염 영향 최소화 염분·바닷바람 피해 방지, 금속성 먼지 포획
산업단지 주변 동백나무류, 소나무, 감탕나무 표면 수지·왁스 성분 많음, 미세 요철 고밀도 황산염·질산염 811% 감소, 금속성 먼지 79% 감소 화학적 결합 가능, 고농도 오염물질 대응
교통량 많은 도심 도로 회화나무, 느티나무, 수컷 은행나무 넓고 거친 잎, 기공 밀집, 표면 털 분포 PM10 약 1013% 감소, PM2.5 약 69% 감소 차량 배출 입자 포획 우수, 가지 밀도 높음
고온다습 여름철 (남부도시) 왕벚나무, 배롱나무, 이팝나무 잎 표면 수분 유지력 높음, 기공 주변 요철 발달 PM10 약 810% 감소, 여름철 온도 저감 효과 12℃ 먼지 결합력 유지, 미기후 개선 효과

 

 

 

 

결론 – 공기 맑히는 녹색 인프라

가로수 수종 변경은 단순히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적합한 나무를 적절히 배치하면, 도시는 기계 장치 없이도 매일 조금씩 숨쉬기 좋은 공기를 만들어낸다. 서울과 부산의 사례처럼, 나무 한 그루의 종류가 도심 대기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 이상 추상적 비유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현실이다. 앞으로의 도시 계획은 나무를 ‘심는’ 차원에서 벗어나, 어떤 종을 어떤 방식으로 심을지에 대한 과학적·전략적 판단을 포함해야 한다. 그때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 식물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조용하고 지속가능한 파수꾼이 될 것이다.